소아마비를 앓던 나의 어릴 적 친구
나는 문득 어릴적어릴 적 우리 옆집에 살던 친구 훈섭이가 생각났다. 그 친구는 나와 나이도 같고, 같이 놀기도 했지만 어릴 적엔 그 친구가 나와 동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왜냐면 나는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8살이 되던 해에 국민학교에 입학했고, 같이 입학한 친구들과는 동문으로 자랐지만 훈섭이는 제외였었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왼쪽발에 소아마비로 인해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했었고, 그러한 이유로 나보다 한 학년을 늦게 입학했기 때문에 나는 그 친구를 동생으로 인식하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땐 내가 어려서 몰랐지만 그 친구는 분명 내가 자기 친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서는 소아바비를 앓는 어린 아이들은 보지 못한 것 같다. 그 이유는 바로 조너스 에드워드 솔크(Jonas Edward Salk)의 연구결과에 의한 예방접종 때문에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 위대한 조너스 솔크를 만나려 한다. 나의 타임머신이 다시 굉음을 내서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소년 조너스 솔크를 만나다
20세기초 미국은 수많은 이민자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모여들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도시의 모습 뒤에는 가난과 치열한 경쟁이 공존했습니다. 유럽에서 건너온 많은 이민자 가정은 넉넉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자녀 교육만큼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조너스 솔크는 1914년 10월 28일,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계 이민자였으며, 아버지는 의류 산업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정규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자녀들의 공부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기에 화려한 장난감도, 넓은 집도 없었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들에게 늘 같은 메시지를 전했는데 그것은 "배움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재산이다."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있었다. 나는 한 아파트 창문 너머 작은 책상에 앉아 있는 소년을 보였다. 또래 아이들이 밖에서 공놀이를 하는 동안, 그는 책장을 천천히 넘기고 있었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소년은 조용히 문을 열고 나를 바라보았다. 검은 눈동자에는 호기심과 차분함이 함께 담겨 있었다. 나는 소년에게 시간여행자임을 밝히고, 그에게 물었다. 작은 소년의 방안에는 수많은 책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고, 한시도 책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고 "책을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물었다. 소년은 수줍게 웃었다. 그리곤 "책은 멀리 갈 수 있게 해 줘요."라는 다소 어른스러운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런 총명한 소년에게 재차 물었다. "요즘 가장 재미있는 것이 무엇이니?"라고 말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동화책이나 설화 등을 좋아하겠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소년은 잠시 생각하더니 책 한 권을 들어 보였다. "사람 이야기요." "소설이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읽는 게 좋아요."라고 말하는데. 나는 다시 한번 놀랬다. 그는 아직 의사가 아니었고, 과학자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이미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자라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창밖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은 그 소리를 잠시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나가서 놀고 싶지는 않니?" 나는 소년의 대답이 궁금하였다."물론 놀고 싶어요."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조금 더 크게 보이는 것 같아요." 나는 소년의 어머니가 타준 찻잔을 들어 따뜻한 차 한 모금 마셨다. 문득 이 조용한 소년이 훗날 수많은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 줄 사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사람을 치료하는 것에서 , 사람을 예방하는 길로, 성인이 된 조너스 솔크
의과대학에 진학한 소크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지만, 진료실에서 환자를 한 명씩 치료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을 도울 방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수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이 의사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바이러스 연구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고, 소크 또한 그 가능성에 매료되어 있었다. 복도에는 흰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분주히 오갔고, 강의실에서는 교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복도 끝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에게서 이젠 소년의 모습은 사라지고, 차분한 눈빛을 가진 청년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표정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우린 서로 인사를 나누고 병원 인근 작은 찻집으로 들어섰다. 창가에 자리를 잡자 따뜻한 홍차가 놓였다. 창밖에서는 학생들이 책을 품에 안고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의학 공부는 어떻습니까?" 조너스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잠시 웃음이 흘렀다. 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더 알고 싶어 집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조너스 솔크는 의과대학 시절부터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일뿐 아니라 질병 자체를 연구하는 일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 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소중하지만, 연구를 통해 수많은 사람을 병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조용히 물었다. "처음부터 연구자가 되고 싶었습니까?"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처음에는 저도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병실을 오갈수록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늘 한 사람을 치료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내 연구가 수천 명, 수만 명의 병을 막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단단했다. 조너스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사람들은 의사를 만나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백신은 의사를 만나기 전에 사람을 지켜 줄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이미 이 청년의 마음속에 "예방"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연구실로 나를 안내했다. 책상 위에는 바이러스에 관한 논문과 연구 노트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현미경 옆에는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실험 기록도 보였다. 역사적으로 조너스 솔크는 이후 바이러스학자 토머스 프랜시스 주니어와 함께 독감 백신 연구에 참여하며,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불활성화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 경험은 훗날 소아마비 백신 개발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나는 조용히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지금 가장 마음속에 남아 있는 병이 있습니까?" 조너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아마비입니다." "아이들이 걷지 못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언젠가는 그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는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그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아직 그 꿈이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 * 다음 여행 예고 다음 여행에서는 20세기 미국을 뒤흔든 "소아마비 대유행" 속으로 찾아갑니다. 수많은 부모가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때. 젊은 연구자 조너스 솔크는 누구도 쉽게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던 백신 연구에 자신의 삶을 걸기로 결심합니다. |
★항해일지★
사람을 살리는 위대한 시작은 특별한 재능보다, 배움을 포기하지 않은 평범한 하루에서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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